러 제재·高유가에 수산물값 25% 치솟아…튀김·어묵까지 '들썩'

입력 2022-07-08 17:06   수정 2022-08-07 00:01

영국에서 식당 아홉 곳을 운영 중인 록피시레스토랑의 소유주 미치 통크스 씨는 오는 11일부터 메뉴에서 대구가 들어간 피시 앤드 칩스 요리를 빼기로 했다. 러시아에 대한 무역제재로 대구 가격이 뛰어서다. 통크스 씨는 영국 매체 BBC와의 인터뷰에서 “공급이 정상화될 때까지 비싼 가격에 대구를 구매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로 바다에서 잡히는 생선 가격도 크게 뛰고 있다. 세계 주요 흰 살 생선 수출국인 러시아의 공급이 막힌 가운데 유가 상승으로 운송 비용까지 증가한 영향이다.
흰 살 생선 가격 급등
피시 앤드 칩스는 영국 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요리다. 포를 뜬 흰 살 생선에 튀김옷을 입힌 뒤 감자튀김과 식초 소스를 곁들인다. 한 접시에 5~7달러 내외면 끼니를 때울 수 있는 대중음식이다.

영국 내 피시 앤드 칩스 전문점은 모두 1만500여 곳이지만, 영국 생선튀김협회는 이 중 3분의 1이 내년 안에 폐업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앤드루 크룩 영국 생선튀김협회 회장은 최근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두 번의 세계대전과 20세기 불황 속에서도 겪지 못한 위기에 직면했다”며 업계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피시 앤드 칩스는 흰 살 생선의 대표격인 대구로 만든다. 어획모니터링 기관인 시피시에 따르면 영국에서 소비되는 흰 살 생선의 약 50%가 러시아산이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경제제재가 가해지면서 생선 공급이 불안정해졌다. 영국의 흰 살 생선 가격은 올 들어 두 배로 뛰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경제제재 차원에서 지난달 3월 러시아산 생선에 35% 관세를 부과하려 했으나 이 조치를 연기했다. 물가 상승에 부담을 느껴서다.

‘생선 인플레이션’은 영국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맥도날드에 생선튀김을 납품하는 덴마크 에스퍼슨은 지난달 흰 살 생선으로 만든 냉동제품 가격을 최대 40%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어업전문매체인 시푸드소스에 따르면 일본 3대 어묵 제조사로 꼽히는 키분푸즈, 이치마사 가마보코, 스기요 등도 올 들어 제품 가격을 8~15% 올렸다. 또 다른 흰 살 생선인 명태 어획량이 알래스카 주변에서 줄어든 영향을 받았다.

2020년 기준 세계 최대 수산물 수입국인 미국도 상황이 다르지 않다. 어업전문매체인 내셔널피시맨에 따르면 지난 5월 미국 식료품점의 어류 판매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20% 상승했다. 미국 노동통계국이 매달 발표하는 해산물 소비자물가지수(CPI)는 5월 358.45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12% 올랐다. 같은 기간 소비재 물가를 고루 반영하는 미국 CPI 상승률(8.6%)을 압도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부터 올 4월 사이 세계 어류 가격은 평균 25% 뛰었다.
고유가로 어획 비용도 늘어
해산물 가격을 끌어올린 또 다른 원인은 어획 비용이다. FAO는 지난달 내놓은 보고서에서 올해 세계 어류 생산량을 1억8460만t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추정치인 1억8180만t보다 1.5% 많다. 문제는 선박에 쓰이는 경유 가격이다.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7일 배럴당 104.65달러를 기록했다. 123달러를 웃돌았던 3월 초순보다는 낮아졌지만, 연초(1월 3일) 가격(78.98달러)보다는 33% 높다. 배리 디스 영국 어업단체연맹 회장은 “어획량은 여전하지만 경유 가격이 뛰어 남는 이익이 거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물류비용 증가도 어류 가격 상승에 영향을 끼쳤다. 노르웨이는 세계 최대 양식연어 생산국이다. 반면 연어의 주 소비처는 동아시아와 미국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러시아 영공을 통한 유통이 어려워지면서 노르웨이에서 동아시아로 연어를 공급하는 데 드는 물류비용이 연초 대비 두 배 이상 뛰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